요즘 운동도 잘 안되고 공부도 잘 안되고 날씨는 더럽게 좋다. 특히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. 이른 시간에 헬스를 마치고 오후 5시, 차 안에서 드라이빙을 하며 맞는 바람은 기분이 좋았다. 기분이 너무 좋았는지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다 ^^.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. 그래서 친구와 드라이브하는 김에 다음 주에 있을 친구 결혼식에 입을 셔츠를 구매하기로 했다. 직장경력이 있었던 나에게 셔츠는 많았지만 '확찐자'에겐 천 쪼가리일 뿐이다.
매장에 도착하니 하늘하늘한 핑크색 셔츠가 눈에 들어왔다. 하지만 핑크색은 도전하기 어려운 색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망설여졌다. 하지만 까무잡잡한 얼굴에 핑크색은 은근 잘 어울릴거라는 최면과 온갖 긍정적인 상상을 하고 입어보았다. 역시 상상은 상상이었다.
동남아에서 짝퉁 시계를 팔 것 같은 사람이 서있었다. 큰 충격을 받았고, 냉큼 셔츠를 벗어 다시 잘 걸어두었다. 그 옆에 있던 연 보라색 스트라이프가 눈에 띄었다. 원래 100 사이즈를 입었으나 요즘 그래도 운동했다고 105 사이즈에 도전을 했더니 나와 찰떡이었다. ^_^ 그래서 바로 구매 때렸다.
운동량은 꾸준했으나, 운동의 질과 성과가 그렇게 좋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나에겐 큰 위안이었다. 다이나믹한 변화를 기대한 건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변화를 느끼고 싶었나 보다. 사실 큰 변화는 작은 변화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말이다. 이럴 줄 알았으면 헬스 시작 전에 배둘레햄을 끼고 있던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둘 걸 그랬다. 보고 반성하고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.. 음...... 내일 찍어봐야겠다. 한 달 뒤, 더 나은 모습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보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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